[약사공론 청년기자단 E조] 품절약 해결을 위한 국내외 사례

 

 

대한약사회 약사공론은 올해로 10년째 약대생들을 대상으로 청년기자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비약사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올바를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불거진 의약품 품절 문제는 약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처방과 조제가 이뤄지는 보건의료현장에서는 약을 구하지 못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의약품의 수요를 관찰하고, 공급 부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본 기자단은 국내외에서 시행중인 의약품 모니터링 사례와 품절약 사태 해결을 위한 발전 방향을 짚어봤다.

식약처 산하기관에서 민간기업까지…공급 현황 파악 집중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공급 중단·부족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센터는 제약회사, 식약처, 7개 약업계 단체와 교류하면서 불안정한 의약품 공급 현황을 조사하고,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 의약품의 목록을 조사한다. 필요시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조치 방안을 식약처에 제안한다.  

하지만 이런 센터의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공급 불안정을 인지하는 주요 경로인 제약회사의 보고가 생산수입공급중단보고대상 의약품이 공급 중단일 경우에만 보고 의무를 갖기 때문이다. 최근 타이레놀과 마그밀 품절도 보고 의무에 해당하지 않기에, 센터에서 현황 파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센터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역보건의료계의 협조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오혜정 차장은 "사각지대에 있는 의약품의 공급불안정 상황 파악을 위해 센터의 적극적인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말단 보건의료 현장에서 소속 전문단체를 통한 보고가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통합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팜테크 기업인 바로팜은 의약품 품절 입고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약국에서 도매상에 품절인 의약품을 주문할 때 품절 입고 알림을 신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통해 약업계의 의약품 수요 및 공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바로팜은 전국 1만3000개 약국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대한약사회에 제공하면서 정부기관의 품절약 대책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도매상과 제약사에 분석 보고서를 전달해 품절약의 수요에 맞는 추가생산 및 유통을 도모하며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유럽 新플랫폼으로 세밀 관찰, 미국 FDA 권한 강화

유럽 의약품청(EMA)은 작년 3월 의약품부족운영위원회(Medicines Shortages Steering Group, 이하 MSSG)를 설립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 시 MSSG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공급 부족 위험 의약품의 목록을 설정한다. 그리고 공급 부족 예방 및 완화해야 하는 의약품들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유럽 집행위원회에서는 이를 참고해 조치를 취한다. 

MSSG는 주요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효능 정보 평가도 담당한다. 실제로 2022년 6월 7일에 MSSG는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필요한 중요 의약품 목록을 채택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들이 포함돼 해당 의약품들의 수급이 모니터링됐다. MSSG는 향후 2025년 2월 2일부터 설립될 유럽 공급 곤란 모니터링 플랫폼 (European Shortages Monitoring Platform, 이하 ESMP)을 통해 신속하고 세밀하게 관찰할 예정이다. ESMP는 중앙 집중식 IT 플랫폼으로 제약회사들과 유럽 연합 회원국들로부터 의약품 부족 및 수급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의약품 공급 중단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FDA안전·혁신법(FDASIA)을 통해 의약품 공급 중단을 관리하는 FDA의 권한을 강화했다. FDA는 기존의 보고 대상 의약품을 확대 적용하는 동시에 제조사로 하여금 공급 중단 및 일시적 제조 문제를 의무적으로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권한을 얻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는 경고장을 보냈고, 문제 해결 및 예방을 위한 심사 및 실사에는 신속 절차를 지원한다. 

이와 별개로 미국 대형병원들은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필수의약품 생산 및 조달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미국 내 유통을 목적으로 필수 제네릭 의약품을 자체 생산하는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사후 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AI 플랫폼의 기대효과

의약품 공급 부족을 사전에 알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신 AI 기반 플랫폼은 의약품 부족에 대한 명확한 징후를 제공하고, 공급망 문제를 예측할 수 있다. 영국의 제약소싱플랫폼 회사 IETHICO는 의약품 공급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한다. 새로운 데이터 모델은 호환성을 위해서 국내 및 국제 명명법 표준이 적용돼야 하면서도 자동화된 조정을 통해 약물 명명 규칙 변형을 관리해야 해서 수동적으로 한계가 있는데, AI가 실제로 그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AI 플랫폼으로 전환되면 약국 직원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고, 의약품 공급 부족문제를 사후 관리에서 사전예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 및 약업계 네트워크, 해외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한국은 각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보망을 활용해 품절약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의 정보공유를 기반으로 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모니터링 시스템, 팜테크 기업인 바로팜에서 수집한 의약품 현황 빅데이터의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의사, 약사가 전하는 보건의료현장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최근에는 대한약사회 및 약업계 단체들과 정부기관이 만든 품절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가 가동됐고, 약사회는 사태 개선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해외사례를 참고해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행착오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의약품 수급 모니터링 시스템이 발달해 있는 해외사례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AI 플랫폼 방식을 활용한다면, 의약품 공급관리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것이라 전망한다.

 

[출처 :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