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OHSU 연구, 피임 미사용자 3명 중 1명 새로 시작…비용 장벽 낮춰 자율성 확대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경구피임약이 피임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각) 마리아 로드리게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이 일반의약품(OTC) 피임약 사용에 대한 전국적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존에 피임을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의 약 31.8%가 OTC 피임약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이날 게재됐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처방 피임약이 가장 필요한 집단, 즉 보험이 없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아 피임 수단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재생산 자율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 44개 주에서 온라인이나 약국을 통해 OTC 피임약을 구입한 98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동시에 동일한 피임약을 처방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피임 방식 변화와 접근성 개선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OTC 피임약을 선택한 집단은 기존에 피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거나, 효과가 낮은 방법(질외사정, 주기법 등)만을 사용하던 경우가 많았다. 이들 집단에서 피임 미사용에서 OTC 피임약으로 전환한 비율이 31.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처방전을 통해 동일한 피임약을 이용하는 집단은 이미 다른 피임 수단을 사용하고 있던 비중이 높아, OTC 집단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피임 시작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OTC 경로가 기존 의료 시스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집단에게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OTC 피임약은 특히 인종·민족적 소수집단, 청소년, 보험 미가입자, 메디케이드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서 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는 임신을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변했으며, 기존에는 의료 접근성 부족 때문에 피임 선택지가 제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OTC 피임약의 가격이 3개월분 기준 약 50달러 수준임을 확인했다. 단순히 처방 요건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피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뒤집은 이후 낙태와 피임 접근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OTC 피임약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의 피임 접근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처방 요건 제거는 보험이 없거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처럼 피임 접근성이 취약한 집단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재생산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OTC 피임약은 불평등 해소와 자율성 보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