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캠페인-성분명처방, 더 이상 미룰수 없다 ④]

‘CSO신고제, 지출보고서 강화, 각종 방식을 동원한 반복적이고 다양한 약가인하…’

의약분업 이후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신설되고 개선되고 보완되어 온 이들 정책의 궁극적 방향성은 모두 ‘리베이트’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리베이트 사건은 잊을만하면 나타나 보건의료계 전체의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킨다.

수십년에 걸쳐 제도를 개선해오고 있음에도 왜 ‘리베이트’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누구나 알고 있다. 의료시장의 현실 구조를 외면한 채 덕지덕지 누더기식으로 제도를 만들고 보완해 왔기 때문이다.

‘CSO신고제, 지출보고서, 약가인하’ 와 같은 제도 개선은 관행화된 리베이트의 책임을 제약사에게만 과도하게 지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리베이트는 전문의약품 처방이 전적으로 의사들에게 있는 ‘상품명 처방’이 핵심 원인인데 말이다.

현재 제네릭 중심의 영업 구조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약가인하와 함께 ‘성분명 처방의 도입’이 해법으로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리베이트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다. 리베이트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었다.

일정 부분 효과는 있었지만 한계는 뚜렷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4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실시한 의료의약, 건설산업, 경제금융 등 분야의 불법 리베이트와 공직자 부패비리에 대한 특별단속에서 의료·의약 분야 불법 리베이트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 건수는 1050건이다. 이중 의료, 의약분야가 597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공직비리, 불공정비리, 안전비리를 3대 부패비리로 지정하고 7~10월까지 4개월 동안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중 국내 유력 제약사인 D사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3개 년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제약사 과징금 부과 처분 결과만 보더라도, 2023년 J제약이 294억 원이었는데 이는 국내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중 가장 높은 과징금일 정도였다. 이와 함께 A약품 5억 원, 2024년 K제약 3억 원도 있었다.

물론 이에 앞서서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리베이트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니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계기가 된 대규모 사건으로는,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D사가 당시 임상시험 비용, 심포지엄 후원, 의사 해외 학술대회 경비 지원 등을 명목으로 수백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되었는데, 특히 처방약에 대한 리베이트가 직접적으로 확인되어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또 대기업 계열의 C사 역시 의사들에게 현금, 상품권, 식사 접대 등 다양한 형태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 사건은 특정 약품의 상품명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리베이트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쌍벌제’ 도입 이후에도 음성화된 형태로 리베이트는 계속되어 왔다.

2015년 다국적 제약사인 G사의 한국법인이 의사들에게 자사 약품 처방을 늘리는 대가로 강연료,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이는 강연료나 자문료와 같은 합법적인 명목을 악용하여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보여주었다.

이듬해에는 서울 시내 대형병원 소속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에서는 특정 질환 관련 약품의 처방을 늘려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상품명 처방과 리베이트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7년에도 다국적사인 N사의 한국법인이 자사 항암제, 고혈압약 등의 상품명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수십억 원을 불법 제공했다. 제약사가 학술대회 후원금, 기고료, 좌장료 등의 형태로 차명 계좌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2019년에는 국내 굴지의 H사가 2014~2017년까지 전국 병의원 2,000여 곳에 수십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자사 의약품을 상품명으로 처방하도록 유도하면서, 학술비·강의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2020년 역시 국내 유명 제약사인 G사, B사 K사가 각기 자사 제품의 상품명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수백 명의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검찰 수사 결과, 처방 실적에 따라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일종의 ‘현금성 캐시백’ 구조 방식이 사용됐다.

△법원도 인정한 상품명 처방의 폐해…방식도 고도화

이들 사건들은 상품명 처방이 리베이트의 분명한 핵심 요소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일례로 2019년 H사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해당 금품 제공이 단순 후원 차원을 넘어, 상품명 처방 실적에 대한 경제적 대가로 이루어진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에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이는 처방 권한을 매개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이익을 제공하려고 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리베이트 방식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금전적 리베이트인 랜딩비(채택료), 선지원금,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 강연료-원고료 가장, 해외 학회 지원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물품 및 편익 제공 리베이트 방식인 고가 의료기기/장비 지원, 개인적 편의 제공, 경조사비/골프 접대 등이 있다. 특히 개인적 편의는 의사 지방 출장 시 대리운전, 가족 행사 참석 및 보조, 음식 배달, 창고 정리, 심부름 등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의 개인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갑질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노무 제공 리베이트 방식으로는 병원에 제약사 직원을 파견하여 행정 업무를 돕거나, 병원 직원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 등도 적발된 바 있다.

△결국 대안은 성분명 처방

이같은 사례들은 국민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고, 의약품 시장을 왜곡하는 리베이트 문제의 근본 원인은 상품명처방제도에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리베이트로 인해 불필요하게 고가 약물이 처방되고,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약물의 과잉처방으로 이어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재정의 악화를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전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쌍벌제를 시행하며 규제의 강도를 높였지만 보란 듯이 법망을 피해가는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이미 확인하고 있다.

결국 성분명 중심 처방 체계로의 전환이 없다면, CSO나 제3자를 통한 편법 리베이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며, 국민 의료비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각에서는 성분명처방을 시행하면 리베이트의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바뀔 뿐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주요 선진국의 성분명처방 제도의 안정적 적용은 이같은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건강보험노동조합도 최근 성분명 처방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성분명처방을 통해 리베이트가 의사에서 약사로 이전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처방권 없는 약사가 동일성분 약제에 대한 복수의 약제를 환자에게 추천하는 행위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없고, 상당수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이용해 투명성을 높이고 재정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