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수수료 인상·거래조건 변경으로 의약품 유통 생태계 균형 붕괴 우려

의약품 온라인 유통을 둘러싼 구조적 왜곡 현상이 지속된다며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온라인몰이 특정 품목의 독점 유통이나 과도한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박호영)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약품 온라인 유통 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제적 이익 제공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협회가 문제 삼은 핵심은 △수급불안정 품목이나 인기 제품의 온라인 독점 유통 △거래 조건의 일방적 변경 △과도한 부가 혜택의 제공 등이다. 특히 특정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자사 및 코마케팅 제품을 우선 공급하거나 일반 유통업체와 차별하는 방식의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제약사가 자사 직영 온라인몰을 통해 특정 일반의약품(OTC)의 유통에 직접 나서면서, 기존 유통업체에 대한 공급을 제한하고 온라인몰 유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인기 품목은 기존 유통업체보다 온라인몰에 우선 공급되면서, 약국과 온라인 약국 간 가격 차이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공급이 불안정한 제품이나 비급여 제품도 온라인몰을 통해 도매가 수준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수급 불안정 상황이 온라인몰의 영업 전략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온라인몰이 특정 품목을 독점 유통하면서 수급 불안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행태는 공정성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협회는 소분 반품,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마일리지 적립, 최저가 보상 등의 방식도 유통 구조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부 온라인몰이 별도의 약정 없이 전량 반품을 허용하거나 최소 발주 수량 기준 없이 소분 반품을 허용하면서, 기존 유통업체와의 거래 조건 자체를 무력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온라인몰에만 소분 반품이 허용되는 차별적 관행이나, 거래 조건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행태에 대해 갑질이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고 있다.

또한 협회는 일부 온라인몰이 구매 시 최대 4.7%에 달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적립 포인트, 카드사 할인, 무통장 입금 할인 등을 연계한 과도한 혜택은 기존 유통 질서를 왜곡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포인트 제공은 온라인몰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의약품 플랫폼 회사와 카드사에 제공되는 과도한 포인트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민원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 언론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문제의 본질을 알리고 제도적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시장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업계 전체의 공동 대응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확산이 단순한 채널 다변화가 아니라 특정 업체 중심의 구조적 쏠림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합리적인 유통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