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표준 없는 처방전 바코드, 혼란은 왜 늘 약국의 몫인가

최근 약국가를 중심으로 처방전 바코드 표준화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편의를 넘어 환자 안전과 약국 운영 효율성, 그리고 의료정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처방전 바코드 표준화에 대한 요구는 단순한 업무 개선 차원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EDB 사태, 표준화 부재의 심각성 드러내
현재 전국 대부분 약국은 전산 프로그램과 바코드 스캐너를 활용해 조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처방전 자체에 인쇄되는 바코드 형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표준화의 부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이디비 바코드 시스템 오류는 그 심각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올해 초 약국 바코드 처방전 이디비가 먹통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국 수천 곳의 약국에서 이디비 바코드를 인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고, 약국은 조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시스템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 측은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문제는 단 5일 만에 다시 발생하며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약사들은 바코드를 읽지 못해 수기로 모든 정보를 재입력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 불편, 대기 시간 증가, 조제 오류 가능성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바코드 시스템이 각 회사별로 분산되어 있어, 특정 회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약국들이 일제히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경기 A약사는 "이디비 사태를 비롯해 바코드 사고가 날 때마다 약국은 늘 불편을 감수해왔다. 특히 주민등록번호가 가려져 있거나, 음영처리 등의 문제로 해당 화사의 바코드를 사용하지 않는 약국은 입력조자 못 했다"며 "최근 ATC 시스템까지 자동으로 연계된 약국도 늘고 있어서 수기 입력 시 오류 처방에 따른 리스크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업체마다 제멋대로…약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는 바코드가 표준화됐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 현재 약국에서 사용되는 처방전 바코드는 각기 다른 민간 회사들이 각자 고유의 형식으로 생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바코드 서비스 업체만 해도 3곳 이상이며 이들은 처방 정보를 담는 방식, 인코딩 규격, 리더기 호환 방식 등이 서로 달라 통합적인 시스템 연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약국에서는 불합리한 처방전 자동 입력 시스템으로 인해 바코드 발행회사에 따라 바코드 리더기를 각각 구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특히 과도한 업체 간 경쟁으로 의료기관들이 서로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약국에서 여러 회사의 서비스에 동시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로 인해 약국은 병원이 선택한 바코드 업체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프로그램 품질이나 가격보다 거래 병원이 어떤 업체를 쓰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서울 B약사는 "연계된 프로그램의 품질도 회사마다 다르다. 약국이 이를 비교하며 업체들에 개선을 요구해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같은 시스템인데 약국마다 가격도 다르고 약국이 병원에 종속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특정 바코드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처방전 스캐너를 이용하는데 이경우 병원마다 처방전의 인쇄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빈도 처방전은 인식 위치를 조정하여 인식률을 높일 수 있지만 외부처방전의 경우 스캐너가 잘 인식하지 못해서 일일이 수기로 처방을 입력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온라인 쇼핑몰마다 다른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해야 하거나, 은행마다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비표준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약국당 월 20만원, 연간 720억원 비용 소요
이처럼 비표준 상태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약국에서 사용하는 바코드 연동 프로그램은 월 15만원 내외의 유지비용이 발생하며, 복수의 바코드 포맷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두세 개의 업체 프로그램에 중복 가입하는 경우 월 2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약국당 약 240만 원, 전국 약국 3만 곳 기준 연간 약 720억원 이상의 낭비가 표준화되지 않은 시스템 유지를 위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낭비는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경기 B약사는 "이러한 불필요한 요금이 증가할수록 건강보험료 수가 인상요인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비표준화, 환자 안전·의료 서비스 질 향상 걸림돌
약사들은 하나같이 표준화된 바코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처방전에 표준화된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면 약국 업무 효율성과 환자 안전이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처방전 입력 자동화로 업무 효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업체 간 호환 문제로 소요되는 시간이 표준바코드를 통해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조제가 가능해진다는 것.

또한 전산시스템 장애 시에도 안정적인 약국 운영이 가능하다. 최근 이디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처방전 수신이 마비될 수 있으나, 표준바코드는 오프라인 백업 수단으로 기능해 시스템 다운 상황에서도 약국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병·의원마다 다른 처방전 양식 문제도 해결된다. 현재는 의료기관별로 처방전 형식과 소프트웨어가 제각각이라 약국에서 입력 방식이 통일되지 않지만, 표준바코드를 통해 모든 처방전을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 약국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화사고와 입력 오류 방지 효과다. 수기 입력이나 잘못된 자동인식은 약물 오남용과 투약 실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바코드 스캔으로 정확한 정보가 입력되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 및 보험기관과의 연계성도 향상될 수 있다. 표준바코드 도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보험청구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계를 가능하게 하며, 데이터의 정합성과 신뢰성을 높여 약국과 행정기관 간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표준화된 바코드 시스템은 약국 업무 개선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약품 사용 정보의 정확한 수집과 분석은 의약품 정책 수립과 약물 감시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더 효과적인 건강보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C약사는 "표준화된 바코드 시스템은 환자 식별, 약품 확인, 용량 검증 등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정확한 조제와 신속한 서비스는 환자의 약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약물 순응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약사는 "약사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경감시키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처방전 정보를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데 소요되던 시간이 단축되어, 약사들은 더 많은 시간을 환자 상담과 복약지도 등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할애할 수 있게 되고 담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한 해외 약국들의 사례를 보면 처방전 처리 시간이 약 40~60% 단축됐으며, 이로 인해 약사의 업무 만족도가 향상되고 환자 서비스의 질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다.

부산 D약사는 "하루 평균 200건 이상의 처방전을 처리하는데, 바코드 인식 실패로 인한 시간 지연이 누적되면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며 "국가적 차원의 바코드 표준화가 이루어진다면 약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