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피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제약업계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 속에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의약품이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향후 별도 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품목에 대해 25%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의약품, 반도체, 구리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기업들이 당장 관세 인상 직격탄을 맞는 상황은 피했지만, “별도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기조를 보면 향후 별도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부과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안심할 수 없고, 정책의 향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그는 최근 발표에서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미국에 비금전적 무역장벽을 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까지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무관하게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화 기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를 비롯한 다수 제약기업들은 “수입 의약품에 일률적으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고 제조비용 상승으로 인한 약가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로비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에 단계적인 관세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제조시설 이전과 확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제약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일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실제로 PhRMA는 “새로운 미국 내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데 최소 5~10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비용은 약 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 등 일부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기업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 주요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불확실성에 대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 공급될 제품의 재고를 미리 이전하고, 미국 내 위탁생산(CMO)을 통해 일부 제품의 현지 생산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상반기 중 미국 내 원료의약품(API)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 역시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이미 확보했으며, “필요 시 즉각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이밖에 다수의 바이오텍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 및 미국 내 생산 전략 마련을 위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 내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 차원에서 관세 대응책이 마련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간 내 제약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불확실성을 키우며 업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과 글로벌 제약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응전략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