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객원기자] 국민 건강향상 의약품 접근성 제고

최근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약국은 병원보다 훨씬 더 가까운 위치에 있어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약물들이 병원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환자들이 약국에서 직접 필요한 약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들어, 해외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구용 응급 피임약(사후피임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 약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또한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코데인(진해거담제 성분)함유 기침약도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어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심한 기침을 겪는 환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제한은 긴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감이 커지면 불필요한 병원 방문에 부담을 느끼거나 처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 전문의약품 재분류다.

전문의약품의 재분류는 환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약물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먁물들이 일반 약국에서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재분류됐으며, 이를 통해 환자 편익이 증가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영국 : 조제용량(Stat dose) 항생제 판매 허용
영국에서는 방광염과 같은 경미한 감염 질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 항생제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를들어, 방관염 치료에 사용되는 ‘니트로프란토인(nitrofurantoin)’은 3일치 단기 치료 용량에 한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여성 환자들이 경미한 요로 감염 증상이 있을 때, 불필요한 병원 방문 없이 약국에서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미국 : 당뇨 관리 약물 및 응급 피임약 접근성 확대
미국에서는 2023년부터 일부 경구용 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인슐린 대체제 및 일부 당뇨 치료제도 점진적으로 재분류돼 당뇨 환자들이 약국에서 더 쉽게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응급 피임이 필요한 여성이나, 당뇨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혈당 조절이 필요할 때 병원 방문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환자들의 편익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 고혈압 치료제 일부 성분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
일본은 2010년대 이후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정 성분의 혈압약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재분류했다.

예를 들어 ‘암로디핀(amlodipine)’과 같은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 약물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는 경미한 고혈압 환자들이 병원 방문 없이도 지속적인 혈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변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전문의약품 재분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 감기약조차 일부 성분이 전문의약품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해야만 약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경미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굳이 병원에 가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하며, 의료기관의 과부하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만성질환 약물의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경증 고혈압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혈압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약국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약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오토드럭 스위치’ 법제화 추진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해서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오토드럭스위치(Auto Drug Switch)’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토드럭 스위치는 전문의약품을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자동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 하는 제도다. 현재 우라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 재분류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재분류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해 환자들의 편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약사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없이 약국에서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약물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약사의 전문성이 확대된 만큼, 전문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더욱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문의약품의 재분류는 환자의 편익을 높이고,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며,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정책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