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약사 신용운 약사의 약국에서 행복 찾기 ⑤ 나의 약국 개업기

약국을 마감할 시간 퇴근하시는 2층 의원 원장님께서 약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원장님께 예, 수고 많았습니다. 인사로 답합니다.

아침 출근하면서 안녕하세요 서로 미소 지으며 눈인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에도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인사로 마감합니다. 퇴근 시에 가끔 약국 조제실에 마주 앉아 서로의 애로점과 약 수급 문제를 의논하며 함께한 시간이 이십여 년이 되어갑니다.

약국을 개업하고 함께 한 원장님과 이왕하는 일, 봉사하는 마음으로 인류애로 환자를 대하자고 했습니다. 서로 노력하였고 환자와 정이 쌓이고 그런 시간이 흘러 환자에게 신뢰가 되고, 환자 진료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려도 불평 없이 다시 내원합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께서는 집에서 재배한 농작물(고추, 호박, 옥수수...), 김장 김치, 계란 등을 가지고 오셔서 의원과 약국에 놓고 갑니다.

개업할 때 잦은 병치레로 의원 약국을 하루가 멀다 하고 오던 서너 살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방문하고,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결혼을 하여 부모님 찾아오는 길에 갓난아이를 안고 약국에 들러 인사하고 가고, 부모님 연배 되시는 분들은 한두 분씩 돌아가시고 이렇게 한 세대를 지켜보면서 나 또한 삼십 후반에 여기 와서 아이들을 결혼시킬 나이가 되고 사람들과 시골의 정을 나누며 사람 온기를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약국 개업 어려움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적잖은 시간이 흘러 약국과 병의원이 지역 곳곳에 포화 상태이다 보니 신규 약국 개업과 병의원 개원이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약국 개업할 장소를 물색하여 개업을 하려 해도 기본 투자비가 일반 약사로선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을 투입해야 하니 가족의 도움 없이는 개업이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신규 건물에 개업을 하려 하면 건물주가 약국을 한마디로 봉으로 생각할 정도로 타 업종에 비해 무리한 집세를 요구하고, 중개인의 의원 입주 확정과 처방건수 확보는 문제없다는 말이 감언이설임을 알면서도 나름 신중히 계약을 한다고 해도 개업하고 보면 일이 년 경영난에 시달리다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 상처를 입고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폐업까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원이라고 개원의 어려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원 초기 의료장비 구입과 인테리어 비용에 수억 내지 수십억이 투자되어야 하고, 개원 후 모든 병의원이 다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닙니다.

적잖은 병의원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경우가 도심과 지방 곳곳에 있습니다.

문제있는 의사와 약사

의약 분업의 기본 취지를 돌이켜 보면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전문 의료인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가장 적합하게 처방한 후 약사 역시 처방전에 따라 전문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것입니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의사·약사 사이에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해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예방해 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무색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현행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와 종사자, 병원 개설자와 종사자에게 처방전 알선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요구·약속하고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사가 약국 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병원 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분양 대행사가 임차료 외에 같은 건물에 입점할 병원 지원을 명목으로 금전을 별도로 요구하며 그 반대급부로 이른바‘처방전 몰아주기’를 약속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처방전을 대가로 일부 의료기관이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회식비 등을 약국에 요구하는 횡포, 처방전 몇 건 이상이 되면 처방전 한 건당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 병원 지원비를 거부하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새 처방약을 처방하여 환자를 받지 못하게 하거나 그 약국에 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며 다른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문전약국에는 약국 앞에 도우미를 두어 처방전 호객행위를 하고, 이웃 약국과 잦은 마찰로 민원을 일삼거나, 의사와 담함 하여 처방전을 독점하려는 약사도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환자에게 과잉처방으로 이어져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약효가 떨어지는 질 낮은 의약품을 처방함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분들은 환자의 질병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환자를 금전, 돈으로만 본다고 해야겠지요.

사람 온기 나는 의사와 약사

물질이 최우선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이라지만 의료업에 종사하는 직업은 봉사에 대한 보람이 없으면 노동에 가까운 힘든 직업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애쓰신 수많은 분들, 병원 근처 살면서 응급 환자 수술을 도맡으며 밤낮 중환자 수술로 환자 생명을 살리는데 힘쓰시다 아침 퇴근길에 교통사고 사고로 사망했다는 흉부외과 의사분의 안타까운 소식, 심야 약국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적자를 보고 체력도 많이 소진되지만,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약국이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약국입니다.

저는 항상 약국에서 문을 열어놓고 늦은 밤이라도 저를 찾는 분들을 기다릴 거예요.

환한 미소로 약국을 지키시는 약사님, 이렇듯 묵묵히 삶을 지탱하시는 사람 온기가 나는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온전하게 돌아가는 게 아닐까요.

나의 경험 개업기

약사라면 누구나 자신이 운영하고 싶은 나름의 약국을 생각하지만 외부적 환경과 경제적 문제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저 또한 약국을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습니다.

분업 초기 병원에 종사하는 가까운 친척분의 소개로 하루 400~500건 처방전이 나오는 준 종합병원 원장님을 소개받고 주차장 인근에 독점 입점을 권유받았습니다.

병원 인근에는 이미 세 곳 약국이 있고 그중에는 후배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도 있는 상황에서 내가 입점하게 되면 주변 약국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고 먹고사는 현실이 중요하지만 남의 불행 위에 얻는 행복은 아니지 않나 싶어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부모님이 살고 계신 면 소재지에 눈여겨본 A의원 옆 작은 분식점 자리에 자그마한 약국을 급하게나마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A의원 원장님을 직접 만나 환자의 치료에 도움 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지금보다 의원을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서로 논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일여 년 시간이 흘러 A의원이 어느 정도 정상화 될 무렵 가까운 인근 약국의 2층 B의원이 경영악화로 패업을 하자 폐업한 B의원 1층 약사님께서 A의원을 자신의 약국 2층 자리로 이전을 제의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인근 약국 2층으로 이전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직접 하시기에 그 순간 무언가에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래서 내가 직접 의원을 유치하여 제대로 된 약국을 운영해야 되겠다 생각하고 부산의 어느 로터리에 있는 빌딩 건물주를 만나 내가 책임지고 의원을 유치해 보겠다고 하고 계약서를 쓰고 빌딩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클리닉 건물을 알리는 광고 문안을 만들어 부산 전역 의원을 직접 방문하면서 사물함에 광고지를 넣고 그렇게 애쓰는 가운데 몇몇 원장님이 방문하였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결국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보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막막함 속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비어있는 A의원 자리에 의원 유치 광고를 냈습니다. 몇 개월 후 소아과 원장님께서 오셔서 그 자리에 개원을 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또 일여 년 시간이 지나 소아과 의원이 정상화될 무렵 원장님께서 큰 장소로 이전하여 24시 운영하는 연합소아과를 개원하겠다며 함께 가자고 제의하였지만 24시 운영과 소아과 약국의 애로점을 알기에 제의는 고맙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런저런 과정을 사오 년 겪다 보니 오기가 생겨, 그래 차라리 이곳에서 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광고 문안을 만들어 매일 인터넷에 올리고 전단지를 부산 경남 일대 의원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늦은 봄 어느 날 약국 문 닫을 시간에 선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며 "혹시 약사님께서 의원 광고를 내지 않으셨나요? 광고 보고 찾아왔습니다. 군의관을 마친 가정의학과 전문의입니다."라며 지금의 원장님이 자신을 소개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인연을 맺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보낸 시간이 이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개원하려는 원장님과 정식으로 자리를 함께하면서 두 가지 약속을 함께 했습니다.

첫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둘째는 제약회사와 뒷거래 없이 좋은 약을 사용하자고 그것이 느리지만 환자들을 위한 길이고 우리가 바라는 의원과 약국이 되는 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