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현장 고려한 수가 반영 필요

전공의 파업에 이어 대학병원 교수들도 휴직을 예고하며 병원 셧다운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장기처방으로 인한 약사들의 고충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 인근 약국에 따르면 6개월치부터 최대 1년치까지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장기처방이 늘었다.

서울 A 약사는 "전공의 파업 불안감 때문인지 최근 약국에 들어오는 장기처방전이 더 늘었다"며 "6개월치부터 최대 1년치까지 처방전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밝혔다.

서울 B 약사 또한 "이전부터 6개월 분의 장기처방은 있었지만 의정갈등이 시작되면서 장기처방이 늘어난 것 같다"며 "진료를 제때 못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환자들도 장기 처방을 요구한다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들 입장에서는 의사가 없으면 약을 못받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면서도 "장기처방은 약효가 떨어지거나 관리 미흡 또는 조제 실수로 인해 오히려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3월 상급종합병원 조제건수는 전년도 동월보다 13.3% 큰 폭으로 줄었지만 조제금액은 전체시장 감소분에 근접한 3.7% 줄었다. 이는 외래 환자들이 향후 지속될 의료공백을 우려해 약을 장기로 처방받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처럼 장기처방이 늘어남에 따라 약사들은 업무피로와 조제 실수라는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약사들이 떠안는 책임은 늘어났음에도 현실적인 수가 또한 반영되지 않은 것.

현재 수가 시스템상 처방일수가 90일을 초과하면 추가 조제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B 약사는 "장기처방을 조제할 때 약이 워낙 많다보니 조제 실수가 일어나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는 환자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은 결국 약을 조제한 약사다"고 밝혔다.

이어 "처방 일수가 90일을 초과하면 추가 조제료가 늘지 않는다"며 "책임은 늘어나는데 이에대한 보상도 없다보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 약사는 "약을 조제할 때 혹시 실수가 있지 않을까 매번 확인하는데 업무 피로가 상당하다"며 "또한 약을 몇개월 치 타가면 환자들이 약을 잘 관리하면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전했다.

이에 약사들은 현장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장기 처방을 규제하거나 수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B 약사는 "90일치나 365일치나 일수로는 4배나 차이나는데 조제료가 같다는게 허탈한 감이 있다"며 "조제 실수시 약사들이 떠안는 것은 많은데 그에비해 수가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A 약사는 "의정갈등이 결국 환자, 약사들에게까지 책임을 떠안게 하는 것 같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장기처방을 규제하거나 현장 약사들의 업무 피로도와 부담감을 고려한 수가 반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빅5 대학병원 교수들은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 결정을 내리며 병원 셧다운을 예고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약국의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