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들이 제약사들의 유효기한 임박 의약품 유통에 1년째 애를 먹고 있다.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제약사의 일반약 감기약 일부가 유효기간이 최소 6개월로 1년을 넘기지 않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약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1년째 감기약 손님이 실종, 관련 제품 수요도 덩달아 감소했다. 이에 일부 제약사에서는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 둔화로 유통기한이 짧은 기존 재고분이 유통되고 있다.

약사들은 이런 제품이 약국에 유통되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데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제약사에도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약 포장에 찍힌 유효기한을 보고 약국을 의심해 항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데다가 이런 마찰을 줄이기 위해 타사의 제품을 이용하게 돼 궁극적으로는 제약사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A약사는 “보통 상비약 같은 경우 2~3년 정도 제품이 들어와야 하는데 겨울에 주문한 목감기 제품이 유효기간이 7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들어왔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감기약 제품군에서 유효기간이 짧은 제품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A약사는 “영업사원들이 반품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해서 부담은 없지만, 짧은 유효기간으로 환자의 불편과 불만이 발생하곤 한다”라며 “이런 마찰을 줄이기 위해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을 권하게 된다. 결국 짧은 유효기간은 제약사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B약사는 “코로나 이후에 일반약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주문한 제품이 아직도 판매되지 않고 있는데 유효기간이 올해 7월 11일까지인 제품이 있어서 빠르게 소진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아마 대부분 약국이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약국의 일반 감기약 판매가 줄다 보니 제약사들 역시 판매 부진으로 인해 타격이 크다.

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감기약 시장은 코로나 전후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된 데다 개인위생 관리도 철저해지면서 감기 환자가 줄면서 감기약 관련 제품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재고에 대한 부담은 커졌다.

이 때문일까. 제약사들은 최근 재고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약국이 평소 출하가보다 저렴하게 사입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제 약국가에 따르면 모 국내 제약사의 경우 평소 사입가의 30%에 해당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감기약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사원은 반품 100%를 약속하며 사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이 유효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 데다가 이미 재고를 떠안고 있는 약국이 많아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 다른 경기 B약사는 “최근 모 제약사가 평소 출하가보다 20~30% 저렴하다고 사입만이라도 해 달라도 하는데 재고가 많다는 뜻 아니겠냐”라며 “제약사입장에는 사입이 돼야 조금이나마 판매가 되겠지만 약국도 재고 부담에 주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약사에서 그나마 그런데 사용기한이 내년 초로 1년도 안 되는 제품이었다. 반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미 약국에는 짧은 유효기간 제품이 많은 상태라 구매는 정중히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출처 :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