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약국 입찰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경기가 반영돼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약국 입지는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처방전 수요 등이 확인된 약국 자리의 임대료는 더욱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인근 서울조달청 별관 약국 자리는 연간 임대료 9억원이 넘는 금액에 운영자가 결정됐다. 매월 8000만원 가까운 임대료라 여느 약국으로서는 접근하기 힘든 수준의 낙찰가다. 상급종합병원 인근이라는 점이 천정부지 임대료를 형성한 배경이 됐다는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처방전 수요 보다는 일반의약품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지하철 건대입구역 상가도 적지않은 금액에 운영자를 찾았다. 5년간 5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월간 임대료로 따지면 870만원에 낙찰됐다. 지상2층 역사에 위치한 입지로는 임대료가 낮지 않다. 유동인구 등이 높은 낙찰가를 형성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1년여 사이 코로나19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는 A약국 약사는 "틈나는 대로 거주지 멀지않은 다른 지역 약국 자리를 찾아보고 있지만 만만한 게 아니다"라며 "입지가 확인된 기존 약국 자리에 대한 수요와 경쟁은 상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처방전 수요 등 아무래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기존 약국 자리를 찾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라는 것이 주변인들의 해석"이라며 "권리금이 없다는 점에서 입찰시장이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약국 자리에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국으로 한정해 입찰에 부쳐진 상당수 상가는 마땅한 운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적지않은 약국 자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일단 공개된 약국 물건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그만큼 입찰 등을 통해 부쳐질만한 물건이 줄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우려가 커진 지난해 이후 약국으로 입찰시장에 나온 상가는 드물다. 드문드문 나온 상가도 유찰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입찰시장에 나온 지방의 약국 자리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운영자가 결정됐다. 몇차례 약국 운영자를 찾기 위한 입찰이 진행됐지만 마땅한 운영자를 찾지 못했고, 임대료를 낮추는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약국으로는 입찰을 포기했다. 다른 업종으로 바꿔 진행된 입찰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으로 전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다른 지역의 지하철역 상가 역시 약국으로 입찰시장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약사들의 문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높게 설정돼 낙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말이 나왔다.

약국 입찰에서 최고가 갱신으로 이름을 올려온 공항약국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나라간 이동이 끊기고 항공 수요가 80% 이상 급감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백신이 나오고 접종이 시작됐지만 과거의 수요가 되살아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당장 약국 자리를 찾는 수요는 안정적 운영이 확인된 기존 약국 자리로 쏠리고 있다. 특히 권리금이 없는 입찰시장에서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10년 가량 운영할 수 있는 목좋은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가속되는 모습이다.

또다른 B약국 약사는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기를 타지않는 안정적인 입지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그만큼 어느정도 조제나 일반약 수요가 확인되는 기존 약국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임대료 역시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출처 :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