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지도로 매출을 이끌었던 제약사의 건기식이 약국 시장에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제약사의 건기식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약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난매 약국, 홈쇼핑·온라인 판매 등 다양한 유통경로로 약국은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해외직구까지 가격경쟁력을 밑천으로 건기식 시장에 적지 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약국가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 제약사의 건기식을 포기하는 약국마저 등장하는 상황이 됐다. 무너진 가격과 다양해진 유통경로로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불가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지역의 A약사도 최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고객의 지정품목이 많은 제약사의 건기식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선택이라고 믿고 고민 끝에 제약사의 건기식을 정리하기로 했다. 

A약사의 경우 다른 약국과 비교해 제약사 건기식을 많이 취급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정리한 제약사 수만 D제약, U제약, G제약, B제약 등 6곳이 넘고 제품도 수십 가지에 달했다. 

A약사는 “최근 재고 조사 한 다음 제약회사 건강기능식품을 다 뺐다. 제약사 건기식은 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서 도저히 취급을 할 수가 없다”라며 “온라인에 올라온 제약사 건기식은 약국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서울 B약사는 제약사의 건기식의 가지 수를 줄였다. 로컬에 위치해 수요가 높은 건기식을 다 정리하지는 못하지만, 난매가 심각한 M제품과 A제품을 과감히 포기했다.

B약사는 “온라인 가격으로 가격 시비가 생길 때마다 제약사 제품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최근에는 더욱 그 빈도가 높아졌다”라며 “코로나로 경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수요가 높은 건기식은 빼지는 못하고 난매로 유명한 제품들을 다 정리했다”라고 밝혔다. 

그간 무너질 대로 무너진 건기식 가격대와 범람하는 온라인 유통라인은 약사사회를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제약사 제품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약사들의 답답함이 한계에 달한 모습이다. 

약사들에 따르면 최근 약사사회는 상대적으로 유통 선이 잘 지켜지는 학회나 PB제품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제약사의 건기식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약사의 복약지도 등으로 신뢰도로 채울 수 있고 나아가 충성 고객 확보도 가능하다고 전한다.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가격경쟁 대신 약사의 직능을 살린 제품 선전으로 경영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A약사는 “제약회사 건식이 제품이 유명하기보다 제약회사 이름 때문에 믿고 사는 부분이 많다. 학회 제품들은 인지도가 낮아 그만큼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약사의 노력으로 그 갭을 채울 수 있다”라며 “거기에 효과를 본 고객들은 효과가 확실한 제품을 자꾸 찾아 충성도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회 제품은 공부도 많이 해야되서 약사의 노력이 정말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손해는 아닌 것 같다”라며 “N사나 I사 등도 광고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라 약사의 직능을 발휘한다면 제약사의 건기식을 포기하더라도 약국 경영에 손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 C약사도 “한동안 학회 제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들어 약사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학회나 체인제품들이 공중파 광고는 못 해도 입소문이 나면 파급력이 굉장하다. 실제 효과 본 고객들이 카페에 이야기를 남겨 유명해진 경우도 많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 D약사도 “요즘 같은 약국 상황에서 제약사의 건기식을 정리하는 약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가격대가 바로 잡지 않는 이상 약국 내 진열장에는 제약사 건기식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라며 “어느 날 갑자기 건기식 트렌드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