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진통제를 구매하거나 조제받은 경우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차단을 목적으로 발령된 행정명령에 지역 약국이 바빠졌다.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구매하는 경우는 물론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해열진통제를 조제한 경우까지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국에 해열진통제를 구입하러 왔다가 미루는 환자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얘기다.

경남 진주시는 지난 19일 '병·의원, 약국, 안전상비의약품판매업 방역수칙 및 해열 진통제 구매·처방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지역 병의원이나 약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등을 통해 코로나19 유사 증상으로 해열·진통제를 구입하거나 처방·조제를 받았다면 48시간 이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약국에서는 현재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경우나 조제한 경우 명부를 작성해 보건당국에 전달하고 있다. 행정명령 이후에는 하루 두차례 전달해 달라는 요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약국에서는 업무가 늘었다. 구매자에게 이름과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를 받아야 한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받는 업무도 추가됐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부분은 행정명령 이후 해열진통제 구입을 꺼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수집과 진단검사에 대한 부담이 해열진통제 구입을 미루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해열진통제를 달라는 경우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 그냥 가는 경우가 있다"며 "연락처 등을 제공하는 것이나 진단검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행정명령이 나온 배경은 공감하면서도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행정명령이 내려진 지역이 아닌 가까운 다른 곳에서 해열진통제를 구입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약국 관계자는 "목욕탕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고, 열감기 등 유사 증상이 있는데도 해열진통제를 복용하고 일상생활을 해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 때문에 행정명령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해열진통제 구입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10분 정도 떨어진 인접 지역에서 해열진통제를 사온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지역에서 해열진통제를 구입하지 않고, 인접 지역에서 해열진통제를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오히려 동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사 증상을 가진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또다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해열진통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그동안 약국에서는 약사회 등을 통해 코로나19 유사증상으로 해열진통제를 구입할 경우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권유를 적극적으로 해 왔고, 독려해 왔다. 포스터 등 관련 게시물도 약국에 여러개 붙어 있다"며 "상대적으로 편의점 판매약을 구입하는 경우 제대로 안내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 약사공론]